- 제목 [정우용 정책부회장 기고문] 기업 밸류업과 주기적 지정제 斷想(아시아경제 2024년 9월 27일자)
- 등록자 정책홍보팀
- 일자 202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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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여러 가지 제도적 지원 방안이 나오고 있으나 기업의 애로사항 중 하나인 외부감사 제도의 문제점은 언급되지 않고 있다. 2016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로 촉발된 회계부정 문제는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많은 기업이 회계부정을 일삼는다는 오명을 쓰게 되었다. 이로 인해 2020년부터 상장기업의 회계 품질과 투명성을 향상시킨다는 명분으로 정부가 지정하는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야 했다. 기업들은 자율성 침해로 사적자치 원칙이 무너지면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지적하며 반대하였다.
5년이 지난 지금 감사인의 주기적 지정제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회계 품질과 투명성 향상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제도 도입 명분으로 주장했던 것과는 달리 상반된 평가가 혼재한다. 이유는 회계 품질과 투명성을 측정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으며, 더 정확하게는 지정제가 회계투명성 향상에 딱 맞는 처방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지정제가 회계 품질과 투명성 향상과는 거리가 멀고, 다른 처방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지정제가 도입되면서 현장의 불만이 많아졌고, 감사수수료는 5년 사이에 약 2배 이상 증가했다. 종전에는 감사인과 감사를 받는 직원들이 대등한 관계에서 협업했지만, 지정제 이후에는 감사인들이 자유선임 때 하지 않았던 무리한 요구나 계약을 밀어붙인다는 불만이 많이 나오고 있다. 즉, 대의명분으로 내세웠던 회계 품질과 투명성 향상 성과는 모호하고 부작용은 객관적으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선진국들의 상황은 어떠한가? 주요 선진국뿐만 아니라 시장경제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 중에서 지정제를 도입한 곳은 하나도 없다. 한때 영국이 우리나라의 지정제를 모범사례로 보고 이를 벤치마킹한다는 보도는 근거 없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렇다면 왜 선진국들은 기업이 자유롭게 감사 계약을 하도록 하는 것일까? 이는 정부가 나설 공공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당시 기업 회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지대하여 정부가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를 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부정행위 적발 건수는 주기적 지정제가 도입된 2020년에 10건, 2021년 9건이었지만21메인메뉴 바로가기여 개 상장회사로 볼 때 이를 지정제의 의미 있는 효과로 보기에는 곤란하다. ACFE(국제공인부정조사사협회) 2020년 리포트의 업무 부정 적발 경로 조사에 따르면 고발(43%), 내부감사(15%), 경영진 검토 절차(12%)이고, 외부감사는 4%에 불과하며, 신고자는 종업원이 50%로 가장 높다. 즉, 외부감사를 통해 부정을 적발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회계처리를 하고 있으며, ‘지정제’로 회계 품질이나 투명성을 향상시킬 수는 없다. 회계부정은 내부고발 강화, 회계부정 주체에 대한 처벌과 감리 강화, 기업 오너 및 회계 담당자 등에 대한 교육 강화 등을 통해 방지하는 것이 타당하며, 이것은 지정제로 확보될 해답이 아니다. 회계 품질과 투명성 문제는 정부가 개입하여 통제하는 방식으로는 풀 수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회계품질 향상을 위해 연구하고, 투명성 교육을 통해 정착시키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처방이다. “지정제 도입으로 대한민국 상장기업들은 회계처리를 불투명하게 하는 부정한 기업들이라고 세계 만방에 선포한 것이다. 우리나라 상장회사들이 과소평가 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나”라는 어느 기업인의 말을 그저 푸념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며, 이 제도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하나의 원인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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