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정우용 정책부회장 기고문] 이사 충실의무, 용어에 맞게 논의해야(머니투데이 2024년 8월 8일자)
- 등록자 정책홍보팀
- 일자 202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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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사의 충실의무, 용어에 맞게 논의해야
최근 기업 관련하여 가장 주목받는 용어는 소액주주 보호를 주장하며 나오는 ‘주주평등의 원칙’과 ‘이사의 충실의무’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이 용어를 잘못 이해해 원래의 의미가 왜곡되거나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더 큰 오류를 부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우리 법률은 일반적으로 제일 먼저 법의 목적이 있고, 다음으로 그 법률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정의하는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법률에서 용어를 정의하는 것은 그 의미를 명확하게 해서 오해를 방지하여 잘못 해석되는 것을 막고,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함이다. 필자는 토론회 등에서 용어 사용의 중요성을 자주 말하곤 한다. 용어를 잘못 해석하여 커다란 오해를 불러오고, 논리에 맞지 않는 일들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주주평등의 원칙’에서 평등을 ‘사람’의 평등 대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대주주나 소액주주 모두 평등하다고 여기는 오류에 빠지기도 한다. 상법상 주주평등의 원칙은 엄밀히 말하면 ‘주식평등의 원칙’이다. 주주는 자기가 투자한 금액만큼의 주식을 받고, 그 수만큼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전형적인 물적회사인 주식회사에서 이를 무시하면 존립 근거가 부정되고, 주식회사의 근간인 ‘자본다수결의 원칙’이 무너지게 된다. 미국 대부분의 주는 주주평등의 원칙에 대한 직접적인 규정이 없지만, 일본 회사법 109조에서는 “주식회사는 주주를 그 보유 주식의 내용 및 수에 따라 평등하게 취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독일 주식법은 “주주는 같은 조건 하에서는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주식의 평등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그 의미를 명확하게 해서 사용해야 한다.
다음은 ‘이사의 충실의무’에 대한 오해이다. 일부에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모든 주주로 확대하면 소액주주 보호 문제가 다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충실의무는 이사가 회사와 주주에 대해 충성할 의무가 아니라, 이사와 회사 간의 이해가 충돌할 때 회사의 이익을 우선해야 할 의무다. 상법은 이를 구체화해서 ▴경업(競業)금지 ▴이사의 자기거래 금지 ▴회사의 기회 및 자산의 유용 금지 ▴이사 등과 회사 간의 거래 ▴이사의 보수 결정 등을 규정하고 있다. 다른 견해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이사의 충실의무는 이사와 회사 간의 이해가 충돌할 경우에 적용되는 규정이라는 데 일치하고 있다.
따라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모든 주주로 확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말도 안 되는 논리적 비약이지만, 만일 충실의무 대상을 모든 주주로 확대한다면 이사는 모든 주주의 영업 활동을 확인하고, 그에 해당하는 영업을 하거나 거래할 때마다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만약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을 통해 주장하려는 내용이 모든 주주를 지분비율에 비례하여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한다는 취지라면 이는 주식평등의 원칙과 다른 말이 아니다.
“글 속에 글 있고, 말 속에 말 있다”는 속담은 말과 글은 그 속뜻을 잘 음미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용어를 잘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은 상황이 변하고 필요가 있다면 개정할 수 있다. 그러나 용어가 가지는 본래의 의미를 왜곡하거나 잘못 사용한다면 더 큰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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