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정세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정치·사회적 불확실성이 높아진다. 오늘(20일)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환율과 관세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질 가능성마저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중심으로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하려는 정책을 강하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돼 개방과 통합보다는 폐쇄와 분열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세계 각국은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이후 자국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제조업을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산업으로 재조명하며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어떠한가? 최근 정치·사회적 불확실성이 심화하면서 경제 전반이 심각한 불안정에 직면해 있다. 불확실성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소비를 둔화시켜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장기적인 투자 계획 수립이 어렵고, 외국인 투자가 감소하며 경제성장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소비 역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내구재 구매는 물론 일상적인 지출도 꺼리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인 소비를 약화시키고, 소비 감소는 기업의 경영 환경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투자와 고용을 줄이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금융시장에서도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 신뢰가 저하되고,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해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정치·사회적 불확실성은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갈등을 심화시키며 생산성을 저하한다.

통계청의 최근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5만 2000명 줄어들며 2021년 2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건설업, 제조업, 도·소매업 등에서 일자리가 줄어들었고, 특히 부동산 시장 불황과 맞물려 건설업의 타격이 컸다. 중견기업의 약 40.6%는 올해 신규 채용 계획조차 세우지 못했으며, 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도 그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이러한 고용절벽의 피해는 고스란히 취약계층에 집중되고 있다. 작년 12월 취업자 감소는 20대와 60세 이상 연령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 중산층과 취약계층의 경제 기반이 무너질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케인스, 하이에크, 슘페터와 같은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정치·사회적 불확실성이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경제학의 오랜 핵심 논점 중 하나로, 정치·사회적 안정은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정책의 일관성 유지, 법규의 명확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경제 성장은 요원하다. 기업 또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정치·사회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경제적 안정성을 회복하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하지 않으면 과거의 어려움을 반복할 위험이 크다.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 기업과 시민사회가 협력해서 불확실성을 해소해 국가 경쟁력 강화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