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 건의 경제8단체 공동성명
- 등록자 정책연구팀
- 일자 202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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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9일자)상법개정안 재의요구권 행사 건의_최종.pdf
경제계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의 국회통과에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그동안 수차례 상법 개정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국회와의 진지한 토론회를 통해 법안 보완을 기대했으나, 이러한 기대와 달리 원안 그대로 통과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번 상법 개정안은 경제계 뿐 아니라 대다수 상법 학자들도 법리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지적해왔고, 기업현장의 혼란과 소송남발 등 부작용도 크고,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부합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반대해 왔던 사안입니다. 특히 이 법안은 위헌 소지가 큽니다. 이사의 의무에 대해 너무 추상적이고 단순한 법언으로 규정하여 실제 경영환경에서 이사가 부담해야 할 의무의 기준과 세부내용을 제시하지 못하며, 대주주, 기관투자자, 장·단기 개인투자자 등 다양한 주주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들 주주 간 이익 충돌 시 ‘총주주의 이익 보호’,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 등의 모호한 표현은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위배돼 경영상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 소수주주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업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수단이 있음에도 기본법인 상법을 개정해 모든 기업에 광범위하고 일반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일 현행 제도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소수주주 보호를 위해 제정된 자본시장법의 관련 규정을 세밀하게 정비하면 충분합니다.
나아가 이러한 조항은 이사들이 채권자, 종업원, 협력업체 등 회사 경영에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보다 주주 이익을 우선시하도록 강제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119조가 보장하는 '다양한 경제주체간의 조화' 원칙과 제11조의 ‘경제적 영역에서 누구나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할 소지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상법 개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혁신이 절실한 시기에 기업의 혁신 의지를 꺾고,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나아가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생태계를 훼손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킴으로써 자본시장과 한국경제 발전에 저해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최근 우리 경제는 글로벌 경제질서 재편과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로 큰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보호주의, 중국의 국가 주도 대규모 기업성장 전략으로 인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 뿐 아니라 AI,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전략산업까지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경제와 기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제고하려면, 선제적 사업재편과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한 혁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그러나 개정 상법은 충실의무를 확대해 이사의 도전적인 투자 결정을 어렵게 하고 남소 등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현상유지에만 급급한 보수적 경영에 몰두하게 할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전체 기업의 99.9%, 상장사의 86.5%를 차지하는 중견·중소기업의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만, 이번 상법 개정안은 당초 의도와 달리 중견·중소기업의 성장 기회 역시 크게 제한할 것입니다.
실제 국회와의 논의 과정에서 기업인들은 혁신은 역발상에서 시작되나 역발상은 설득이 어렵고, 상장도 꺼리게 될 것이며, 관련 판례가 정립될 때까지 경영 불확실성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애로를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상법 개정안은 기업 본연의 경쟁력 제고 활동을 저해함으로써 득보다 실이 큰 법안이 될 것입니다.
상법 개정안의 또 다른 한 축인 ‘전자주주총회 의무화’도 문제가 많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자산규모 등을 고려해 일정 규모 이상 상장회사의 전자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이를 제도화하기에는 준비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부 상장사는 주주 수가 수백만 명에 달하는데 현재 안정적으로 동시 접속 가능한 전자주총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시스템의 불안정성과 부정확한 주주자격 확인 및 대리투표, 해킹 등 보안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국에서도 전자주주총회를 의무화한 입법례가 없는 만큼 제도의 실효성과 부작용 등을 잘 따져 최대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우리 경제계는 자본시장의 발전과 활성화 필요성에 공감하며 주주권익 제고를 위해 계속 노력해나갈 것을 말씀드립니다. 다만 이번 상법 개정안은 결과적으로 밸류업이 아닌 밸류다운을 초래할 것이기에 주주권익 제고와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적절한 해결책이 아닙니다.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해서는 상법 개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핀셋 규제가 비용과 효과 면에서 더 합리적인 대안이며, 이미 주주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돼 정무위에서 논의 예정입니다.
경제의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높고 산업 활력이 저하된 현 시점에서, 기업의 혁신성장을 저해하며 위헌성 논란을 피할 수 없는 금번 상법 개정은 반드시 재고돼야 합니다. 대통령 권한대행님의 재의요구를 통해 국회가 이 문제를 다시 한 번 신중히 검토할 기회가 마련되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2025년 3월 19일
경제8단체 일동